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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가 삼성전자보다 안전한 거 아닌가요?

[현장에서]ELS가 삼성전자보다 안전한 거 아닌가요?

등록 2020.04.01 08:08

고병훈

  기자

3월 ELS 발행액 3조8000억원, 전월 대비 43%↓관련 시장 코로나 증시 급락에 투자 심리 최악증권가 “지금이 투자적기, 삼성전자보다 안전”연 ‘10%대’ 상품 출시 봇물, 손실보기 힘들어

ELS가 삼성전자보다 안전한 거 아닌가요? 기사의 사진

“초저금리 시대에 ELS 어떨까요?
“연 13.5% 수익을 지급한다는데 주식보다 안전한 거 아닌가요?”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니, 지금 들어가야죠”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이 연 10%가 넘는 고수익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ELS 수익률은 보통 연 3~5%대가 대부분이지만, 전 세계 증시가 폭락장세를 이어가는 틈을 타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시한 것이다.

최근 ELS 시장은 코로나19발(發) 글로벌 증시 급락 여파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세계 주요 지수가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3월 ELS 발행 규모도 지난 2월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주가지수가 급락한 이때가 ‘ELS 투자 적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동학개미군’이 거침없이 달려드는 삼성전자보다 안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규 ELS의 경우 이미 증시가 떨어질 만큼 떨어져 오히려 손실을 보기가 더 힘들다는 것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다른 투자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만기상환 시점까지 자금을 중간에 해지할 필요가 없다고 가정하면 ELS는 매우 훌륭한 투자수단”이라고 강조했다.

ELS는 각국의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같은 이른바 ‘기초자산’이 일정 기간 동안 미리 정한 조건 내에서 움직일 경우 이자를 주는 파생 금융상품이다.

예를 들어 ‘6개월 뒤 미국 S&P500지수가 현재 수준의 65% 이상을 유지하면 연 4% 이자를 지급한다’는 식이다. ELS는 상품마다 상환조건이 다양하지만, 만기 3년에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있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증권이 지난 30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ELS 24185호는 미국(S&P500), 일본(NKY225), 홍콩(HSCEI)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의 상품으로 ▲3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일에 각 지수가 최초 기준치 대비 92.5%~80% ▲만기에 75% 수준을 넘으면 세전 연 13.2%의 수익을 지급한다. 또 3년 동안 3개 지수가 한 번도 발행가 대비 55%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도 이 수익을 보장한다.

반면, 삼성증권이 지난달 19일까지 모집한 ELS 23881회의 경우 같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의 상품이지만 최대 수익률이 세전 연 6.5%다. 불과 한 달 만에 수익률이 2배 이상 높은 상품이 등장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발행된 공모·사모 ELS의 총 발행금액은 3조86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과 2월 평균 ELS 발행 규모인 6조8086억원과 비교해 43.1%나 줄었다.

3월 ELS 발행이 급감하는 사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사상 최초로 한 달 개인 순매수 금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개인투자자들은 3월에만 총 11조189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을 연이어 경신했던 지난 1월 4조4830억원과 2월 4조8973억원을 합한 것보다 많은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만 무려 4조9597억원 순매수하며, 전체 순매수 규모의 44.3%를 차지했다. 우선주인 삼성전자우(7308억원)를 합치면 50.8%로 절반을 넘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주요 주가지수 등이 급락하자 ELS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국내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저가매수 기회를 잡기 위해 하락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동학개미운동’과 별개로 삼성전자의 예상 실적 및 목표주가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며 개인투자자들과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반도체를 제외한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세트)과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 부문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제시한 14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 KB증권, DB금융투자, 현대차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7곳이 목표가를 낮췄다. 이 가운데 목표주가를 6만원 초반으로 낮춘 곳들도 많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3월에만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번이나 하향한 결과, 지난 16일 6만7000원에서 30일 6만1000원까지 내렸다.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가가 6만2800원(1월 23일, 장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 초와 같은 랠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와 증시의 타격이 완전히 진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외국인은 지난 3월 5일부터 무려 19거래일째 유가증권시장에서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월 순매도액만 12조5547억원에 달해 월간 기준으로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은 4조9515억원으로 이달 전체 순매도 규모의 약 40%를 차지했다.

따라서 향후 주가가 다시 하락하거나 실적 악화 등 불안한 모습이 나타난다면 전력 매수에 나선 개미는 또다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직 증시 변동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므로 투기성 투자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다수의 금융전문가들은 오히려 지수가 크게 떨어졌을 때 ELS 투자를 추천한다. 지수가 투자 시점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낮을수록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ELS의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는 유로스톡스50과 미국 S&P500, 홍콩 HSCEI, 일본 NIKKEI 225, 코스피200 등이 있다.

이들 지수는 연초 대비 평균 20% 이상 떨어진 상태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유가 폭락 충격까지 겹치면서 녹인(knock-in·원금손실 구간) 아래로 떨어지는 ELS 상품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로스톡스50지수의 경우 지난 2월 20일 3867.28에 고점을 찍은 후 지난달 16일 2302.84까지 40% 이상 곤두박질쳤다. ELS의 경우 원금손실 조건이 발생한 상품 대부분이 유럽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S&P500과 코스피200은 연초 이후 3월 27일까지 각각 21.98%, 19.4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와 홍콩H지수도 각각 16.44%, 16.03% 주저앉았다.

물론 이들 상품은 아직 손실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미 손실가능구간에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만약 지난해 말 혹은 올해 초 가입한 투자자들이라면 만기까지 약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때까지 글로벌 증시가 회복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금 보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S나 파생결합증권(DLS)이 최근 증시 하락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예전 ELS 사태를 겪으며 증권사들도 쿠폰금리를 낮추는 대신 녹인구간을 아래로 설정하는 경향이 있어 원금손실로까지 퍼질 가능성은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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