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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맞춤형 사업 ‘변신’ 특명 내린 이재현

[유통家 달라진 회장님-②CJ]비대면 시대 맞춤형 사업 ‘변신’ 특명 내린 이재현

등록 2021.01.12 08:46

수정 2021.01.12 13:47

김민지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위기···“바꿔야 살아남는다”CJ제일제당 대한통운 외 대부분 계열사 실적 직격탄연말 핵심 계열사 대표 일제히 교체 파격 인사 단행멈췄던 승계작업도 재가동할 듯 이경후 부사장 승진

유통업계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없는 ‘대변화’를 겪고 있다. 온라인 유통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가속화로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면서 이종 산업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등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중이다. 추후 코로나 팬데믹의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지속할지 알 수 없는 만큼 올해는 더욱 기민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통업계 그룹사들을 이끄는 오너 총수들은 지난해 말 기존보다 더 큰 폭의 임원인사와 구조조정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본 지는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아 유통업계 그룹사를 중심으로 지난해 임원인사의 방향과 현 경영상황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비대면 시대 맞춤형 사업 ‘변신’ 특명 내린 이재현 기사의 사진

CJ그룹은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으로 그룹 외형을 확장해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식품 산업을 기반으로 외식, 문화, 물류, 바이오와 생명공학까지 영토를 넓혔다. 이 회장은 2017년 경영 복귀 당시 CJ그룹의 목표로 3개 사업 이상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월드베스트 CJ’를 내세우며 식품·물류·문화 3개 큰 축으로의 사업 재편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걸맞게 이 회장은 인사에서도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들을 기용하고 세대교체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비상경영 사태 위기를 겪었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이 회장은 아직 CJ그룹이 외부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초격차 역량’에 기반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격변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이 회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를 무더기로 교체하며 다시 한번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에 나섰다.

◇잘나가던 계열사도 주저앉아···핵심 인재 적재적소에=이 회장은 CMT(샤르콧 마리 투스)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을 앓고 있다. 이는 손과 발 등의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 질환이다. 여기에 만성신부전증까지 앓고 잇어 몸이 좋지 않은 탓에 빠르게 경영승계를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승계의 핵심 인물인 장남 이선호씨의 마약 사건이 터져 승계 작업은 중단됐고,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치며 그룹 내에 갑작스런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해 CJ는 계열사별로 실적이 크게 갈렸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코로나 사태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큰 이득을 봤다. 특히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 재무구조 악화로 경영난을 겪었던 CJ제일제당의 경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그야말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반면 CJ CGV, CJ푸드빌 등의 일부 계열사는 코로나 사태가 '독'으로 작용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굳건한 시장 1위 지위를 지키고 있던 CJ CGV도 한 순간에 주저앉으면서 이 회장의 위기 의식은 더욱 커졌다. 이 회장은 경영환경의 부침 속에서 주요 대표들을 적재적소에 재배치해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CJ제일제당은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최은석 대표를, 실적은 좋았지만 택배 노동자 사망 등 부정 이슈가 있었던 CJ대한통운에는 강신호 대표를 해결사로 보냈다. CJ CGV로 자리를 옮긴 허민회 대표는 계열사 경영 정상화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CJ푸드빌은 내부 사정에 밝은 김찬호 대표가 새로 배치됐다.

◇쇄신 택한 이재현, 계열사 수장 물갈이=이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를 대거 물갈이했다.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것처럼 CJ그룹 또한 계열사 대표들이 무더기로 교체될 것이 예견됐다. 그러나 실적이 좋았던 주력 계열사들까지 모두 교체된 것은 가히 파격적인 인사였다. 이는 이 회장이 단순히 실적만 보고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그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CJ제일제당은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총괄이 새로 사령탑으로 자리하게 됐다. 최 대표는 CJ그룹 내 ‘전략통’으로 손꼽힌다. 금융투자업계는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매출액 약 27조 원, 영업이익 1조 5000억 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이 회장이 최 대표를 CJ제일제당으로 내려보낸 것은 깜짝 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새 먹거리를 모색하는 한편 본격적으로 진출한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끌어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근희 부회장과 ‘투톱 체제’로 CJ대한통운을 이끌게 된 강신호 대표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와 관련한 갈등을 풀어나가는 해결사 역할이라는 특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0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와 관련 박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으나 노동·시민단체로부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조작 사건으로 추락한 회사 이미지를 쇄신할 예정이다. 기존 허민회 대표는 CJ CGV로 이동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허 대표는 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측근으로 꼽힌다. 특히 경영이 어려운 계열사에 투입돼 정상화를 끌어내는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해왔다. 2011년 말 허 대표가 CJ푸드빌의 대표직을 맡으면서 1조 원대 매출을 거두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올해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식품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는 정성필 대표가 맡게 되며 실적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알려진 정성필 대표는 지난해 외식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 부진을 겪은 탓에 문책성 인사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정 대표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재무 상황을 개선하고 뚜레쥬르 매각 작업도 진척을 보이며 가격 협상 마무리 단계에 다다른 점이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CJ올리브영이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며 지분 매각을 진행한 만큼 이에 차질이 빚어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CJ올리브영은 오너 일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이경후 CJ ENM 부사장이 승계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프리 IPO를 마친 상황에서 향후 어떤 식으로 지분 매각이 이뤄질 지도 관심사다.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으로, 경영능력 증명 시험대=이 회장은 지난해 인사에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를 부사장 대우로 승진시키면서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사장의 승진은 2017년 11월 상무 승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경후 부사장이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고 있다.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마약 사건에 휘말린 이후 복귀가 늦어지면서 이 부사장의 역할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올해까지 CJ ENM의 매출액을 11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세웠으나,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목표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CJ ENM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한 2조4469억 원, 영업이익은 18.8% 줄어든 1841억 원에 그쳤다.

이경후 부사장이 경영수업이 아닌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사장이 위기 상황을 타개할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증명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CJ올리브영 프리IPO를 진행하며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승계 작업을 진행하며 이선호 부장을 복귀시킬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그룹 안팎으로는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이선호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면서 돌아올 것이란 설도 돌았지만 임원 승진 명단에서는 빠졌다. 재계에서는 이 부장이 이르면 올해 초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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