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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않으면 배임?···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대한항공 영구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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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대한항공 영구채’ 처분 문제 도마 위
양경숙 “주식 전환 시 약 2배 투자수익 기대”
“국민과 이익 나누고 대한항공 경영 참여해야”
수은 “구조조정 목적은 투자수익 아닌 정상화”
“항공업 회복 후 전환권 청구 여부 검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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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홍연택 기자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1200억원 규모 대한항공 영구전환사채의 처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6월부터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게 됐지만 4개월째 은행 차원에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탓이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내년 6월부터 대한항공의 조기상환이 가능해지면서 수출입은행이 자칫 수천억원대 투자 수익을 놓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띠는 데다, 항공업계도 코로나19 그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영구채를 둘러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조기상환 할 수도…지금부터 전략 세워야”=사안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출입은행 국정감사 중 나온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날선 발언이었다.

양경숙 의원은 방문규 행장을 향해 대한항공 영구채 처분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를 서둘러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배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환권 청구에 앞서 대한항공이 조기상환권을 실행하면 수출입은행이 눈앞의 수익을 날린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얘기는 다시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6월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과 함께 영구전환사채 매입 방식으로 대한항공에 총 3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은행별 지원 규모는 산업은행 1800억원, 수출입은행 1200억원 등이다.

전환사채는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 붙은 채권을 뜻한다. 따라서 수출입은행은 이자(표면 이자율 2.28%, 만기 이자율 4.98%)를 붙여 대한항공으로부터 이를 돌려받거나 발행금액(전환가액 1만4706원)만큼 주식으로 바꾸는 등의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다. 주식 전환을 택한다면 수출입은행은 총 815만9935주(지분율 2.21%)를 확보함으로써 산업은행(1223만9902주, 3.31%)과 함께 대한항공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전환권 청구는 영구채 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 6월23일부터 가능해진 상태다.

국회가 갑작스럽게 이 계획을 확인한 것은 상환이냐 전환이냐에 따라 수출입은행이 얻는 수익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환을 택한다면 단순히 몇 백억을 남기는 데 그치지만, 전환권을 행사하면 그 숫자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대한항공 주가가 주당 3만1150원(15일 종가 기준)인 점을 감안했을 때 수출입은행은 주식 전환으로 130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또 영구채 발행 후 2년이 지난 내년 6월22일부터 대한항공이 조기상환을 추진할 수 있는 만큼 수출입은행의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에 양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꿔 국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동시에 산업은행과 함께 주요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해 대한항공의 경영을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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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국정감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시작에 앞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투자수익 아닌 정상화”=그러나 수출입은행 측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항공업계가 아직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않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역시 마무리되지 않은 이 시점에 채권 회수를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방문규 행장은 “영구채를 매입한 것은 항공업이 정상화되면 이익을 국민과 공유하자는 취지였지만, 아직 업계의 경영상 애로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 기반이 마련된 이후 대주단과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책은행은 수익률을 목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며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여러 방향을 두루 고민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항공업계와 금융권의 뜻도 다르지 않다.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국책은행의 공적자금 회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실제 항공업계는 여전히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격히 늘어난 화물 수요가 호재로 작용하고는 있으나, 여객 수요가 여전히 코로나19 국면 이전 수준을 밑돌아서다. 여기에 최근 들어 동반 상승한 유가와 환율도 항공사에 부담을 안기는 모양새다. 이와 맞물려 항공기 임대나 항공유 사용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덧붙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슈를 먼저 풀어내야 하는 만큼 당장 공적자금을 상환할 여력도 없다.

이에 같은 숙제를 짊어진 산업은행 측 역시 “대한항공 영구채와 관련해선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기업 결합심사와 항공업계 동향 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택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수익 확보해 정책금융 재원으로”=다만 업계는 수출입은행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대한항공 영구채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책은행으로서 이익을 확보해 국민과 성과를 공유하고, 이를 더 많은 수출기업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산업은행도 6월말 만기가 돌아온 3000억원 규모의 HMM(옛 현대상선) 전환사채를 보통주 600만주(주당 5000원)로 바꾼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11.94%였던 지분율을 24.96%로 두 배 이상 끌어올리고 2조원을 웃도는 차익도 챙겼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관련해선 아직 공적자금 회수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면서도 “항공업이 회복되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전환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기업이 조기상환권을 실행할 땐 최소 1개월 전에 은행으로 통보하도록 돼 있는 만큼 우려하는 상황이 빚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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