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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탕주의로 물든 테마주 난장판, 이대로 두시겠습니까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정백현의 골든크로스

한탕주의로 물든 테마주 난장판, 이대로 두시겠습니까

등록 2022.04.20 17:27

수정 2022.04.20 17:36

정백현

  기자

reporter
개인적인 얘기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저희 집이 새 아파트로 이사를 마친 후 딱 1개월이 되는 날입니다. 기존에 살던 집을 정리하고 새로 들어온 집을 꾸미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참 다양한 이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 한 달이었습니다.

제가 입주한 아파트 입주자 카페와 단체 대화방에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입주민들이 대다수지만 입주민들을 상대로 인테리어나 기타 시공을 위해 영업을 하려는 이들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입주 초기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요.

이중에는 성실하고 꼼꼼하게 시공을 마친 업자도 있지만 엉터리 공사를 해놓고 뒷수습은 나 몰라라 하는 업자들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집은 착하고 성실한 업자를 만났지만 이웃 중에는 이래저래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집이 많았습니다.

엉터리 업자들은 입주자 카페나 입주 박람회에서 온갖 감언이설과 시공 사진으로 입주민들을 현혹했지요. 그러나 실제 시공을 맡겨보니 오히려 집을 망쳐놓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공사를 망쳤느냐는 질문에 '그걸 왜 알려고 하세요?'라고 되묻거나 아예 연락이 두절된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우리 아파트 입주민의 불평에 귀를 닫은 업자들이 어느새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 나타나서 다른 입주민들을 상대로 '한탕'을 했다는 소식에 화가 나더군요.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한탕도 일종의 경제 활동이기에 누구도 저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업자들에게 속아서 소중한 집 꾸미기를 망친 입주민들은 대책 없는 후회만 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 업자들은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셈이지요.

저희 아파트에서 벌어졌던 이런 상황은 국내 증시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5대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쌍용자동차가 새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인도 마힌드라가 보유했던 지분을 가져가려는 후보군에 여러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쌍용차 매각 절차 돌입 후 첫 번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인수가 좌초된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최근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른 쌍방울그룹과 KG그룹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물론 인수를 추진하려고 간만 보다가 계획을 엎은 회사도 있었죠.

이들 중 대부분은 쌍용차를 어떤 조건에서 인수해서 어떤 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정확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허세 가득한 낭설을 늘어놓거나 엉뚱하게 M&A 추진에 대한 당위성이나 진정성만 강조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더구나 일부 회사를 빼면 대부분 회사의 덩치가 터무니없이 작고 경영실적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쌍용차를 인수하면 즉시 갚아야 하는 빚만 7000억원이 넘는데 쌍용차 인수에 대한 '허세'를 강조했던 회사는 대부분 이 빚을 갚기 어려운 사정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쌍용차 인수 후보 업체들은 '쌍용차를 인수할 수 있는 묘책이 있다'며 여러 이슈를 시장에 쏟아냈고 그럴 때마다 후보 업체들의 주가는 수직상승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슈의 '단물'이 사라질 즈음 주가는 다시 조정을 받았죠.

문제는 수직상승한 그 시점에 후보 업체와 연관된 이들의 '주식 장난'이 본격화됐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쌍용차 인수에 대한 진의는 없었고 인지도와 몸값을 올릴 대로 올렸으니 이득이나 챙기자는 심산이었겠죠.

실제로 이엔플러스는 쌍용차 인수에 호기 좋게 나섰고 그 영향으로 연저점 대비 주가가 80.1% 뛰었습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주가 급등 후 인수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당연히 주가는 후퇴했고 쌍용차 인수만 기대하고 이 회사에 투자했던 개미들만 땅을 치게 됐습니다.

또 쌍방울 계열사인 미래산업은 지난 4일 아이오케이 주식 647만6842주를 124억1479만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가 '먹튀 논란'으로 비화된 적도 있습니다. 미래산업 측은 "우리도 손실을 봤다"고 해명했지만 '오비이락'이라고 보기에는 시점상 다소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투자자들은 이슈 변동에 따른 주가의 급등락에 웃고 울었지만 정작 인수 후보 업체들은 물론 이 시장을 책임지고 감독하는 이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차피 따먹지 못할 열매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나무의 열매를 향해 돌을 던지고 나무를 통째로 흔드는 사이 그 열매와 연관된 이들, 그 열매만 바라보던 이들은 난데없이 날아든 돌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 얄궂은 행동을 지켜봐야 할까요?

금융당국에 호소합니다.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테마주에 대한 확실한 규제책을 하루빨리 실행하십시오. 구체적 실행 방안 없이 시장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시세 조종성 M&A를 추진한 회사의 CEO를 강력히 제재해야 합니다. 또 테마주에 속지 않을 수 있도록 확실한 이정표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투자자와 M&A 대상 기업, M&A 추진 기업 모두를 살리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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