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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우영우, 장애인 캐릭터도 돈이 됩니다

전문가 칼럼 김헌식 김헌식의 인사이트 컬처

우영우, 장애인 캐릭터도 돈이 됩니다

등록 2022.08.02 14:23

우영우, 장애인 캐릭터도 돈이 됩니다 기사의 사진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장애인은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았다. 모습을 보여도 특집극에 등장했다. 2004년 SBS TV 성탄특집극 '아주 소중한 친구' 같은 드라마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나마 이 드라마에서 시각장애인 역할에 배우 하희라가 나서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것이 바탕이 되었는지 2012년 주말 드라마 '바보 엄마'에서는 하희라가 지적장애인 역에 나섰다.

평소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등 장애인 현실에 관심이 있던 하희라 개인의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었지, 배우나 스타들은 더욱 보통은 관심조차 없었다. 다만, 장애 관점에서 한계도 있었다. 예컨대 '바보 엄마'에서는 장애인이 원톱 주인공도 아니었고, 지적장애인 선영(하희라)을 바보라고 했다.

대중적으로 장애인 캐릭터를 알린 작품은 2005년 영화 '말아톤'이었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배형진 씨 사례에 토대를 둔 이 작품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을 했다. 장애인 캐릭터는 시혜를 베풀 듯이 장애인의 달이나 연말, 명절 때나 간혹 다루는 복지적인 차원의 소재에 불과했지만, 영화 ' 말아톤' 뒤부터 장애인 영화에 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2002년 '오아시스'의 문소리가 연기한 뇌병변 장애 캐릭터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저널리즘과 관련 단체는 여전히 장애인의 현실 모습과 얼마나 리얼하게 닮았는지 비교할 뿐이었다. '말아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성과 가족주의, 자녀 교육의 코드가 작용했지만, 캐릭터 면에서 초원이가 다른 장애인 캐릭터와 달리 매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진전이었다. 이 때문에 초원이의 대사 '초원이의 다리는 백만 불짜리'와 같은 표현이 많이 패러디되기도 했다.

하지만, 초원이(조승우) 캐릭터는 오히려 이후에 나온 많은 영화의 발목을 잡고 만다. 초원이는 원톱 주인공이 아니었다. 엄마와 함께 해야 했다. 또한, 유아적인 코믹한 면이 주목받았다. 초원이는 보살핌이 필요하고 갈등을 때로는 일으키는 존재다. 사회적 존재가 아니며 자신의 직업 활동이 없다.

단지 치유의 관점에서 마라톤을 하는 처지다. 무엇보다 초원이의 가치관과 생각은 직접 표현되지 않고 맥락적으로 때로는 상징과 은유를 통해 전달될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2006년 '맨발의 기봉이'와 같은 영화는 순수하면서도 코믹한 면만 부각하여 모처럼 좋은 기회들을 희화화시킨 셈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혁신적인 드라마는 2013년 '굿닥터'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인공이 종합병원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마침내 많은 아이의 목숨을 구하는 내용이 감동적이었다. 이런 성공은 미국의 리메이크로 이어져 시즌 6까지 제작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 버전이자 법조 드라마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기획되지만, 한국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한다.

결국, 신생 케이블 채널 그것도 하나의 채널로 고정되어 있지도 않은 방송 편성에서 방영을 시작한다. 비록 신생 매체로 첫 시청률이 0.9에 불과했지만,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탑의 위치에 서게 된다. 매체 파워가 없으므로 좋은 콘텐츠가 빛을 못 본다는 말은 더 이제 통하지 않게 되었다. 더구나 가장 불리하다는 장애인 캐릭터와 서사를 가지고 우영우가 멋진 사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소략이지만, 장애 관련 영화와 드라마를 열거한 이유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성공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장애인 캐릭터도 충분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동안 조금씩 진화를 해왔다. 동일한 작가가 집필한 영화 '증인'(2019)보다 더 진화했다.

우영우와 같은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우영우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리얼리즘 강박에서 벗어나 맥락을 통해 수용성을 높였다. 하나의 밝은 시트콤을 보는 듯하지만, 현실의 메시지를 담아 여운이 남게 한다. 장애인 우영우는 직업이 있고 '트러블 메이커'로 남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과 가치와 세계관을 당당하게 밝힌다. 자신이 지닌 장애를 밝히고 공정한 경쟁에 나서는 소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존경심을 갖게 한다. 자폐 행동은 하나의 그 사람이 가진 특성으로 묘사할 뿐이다.

그렇기에 분위기는 우울하거나 동정적이지 않으며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어 정서적 피로감을 누적시키지 않는다. 나아가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서 보편적인 캐릭터와 서사 구조를 만들고 동일시와 감정이입을 하게 했다.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약자의 정서와 이를 바탕으로 격려와 응원의 정서를 끌어냈다. 성공보다는 성장의 서사를 끌어내 각 전문 직업을 이뤘어도 진정한 삶의 만족을 위한 노정을 멈추지 않았다. 혼자 성공하기 위해 분투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기보다는 모든 이들이 같이 살 수 있는 상생과 선순환을 모색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천재적인 능력,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서번트 신드롬의 천재적인 역량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람의 관계성 속에서 대안을 찾고 긍정의 결말을 구현했다. 이는 드라마 '굿닥터'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현실의 모순과 딜레마 상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다. 아무리 좋은 스토리텔링도 창작의 자유를 보장할 때 가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간접광고(PPL)을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우영우와 같은 실제 변호사는 미국 플로리다 해일리 모스가 있지만, 여전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많은 자폐 스펙트럼인들이 제대로 취직조차 안 된다. 드라마에서 우영우조차 그러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의 역할을 이상적인 상황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이를 위해 사회 구성원이 함께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머지 몫은 제도와 시스템을 문화적으로 어떻게 바꿔 가는가에 달려 있다. 자폐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문제 제기와 담론이 나올 수 있던 것도 드라마의 대중적 성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대중화하고 이것에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모바일 환경도 있다.

문화콘텐츠는 금기에 도전하고 가능성을 현실감 있게 구성해야 한다. 이상과 현실을 놓치지 않으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이를 설득하고 변화를 끌어낼 때 비즈니스 모델과도 연결이 된다. 우영우는 이렇게 도도한 흐름 속에서 문화콘텐츠가 어떤 태도로 제작이 될 때 소비자들이 반응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사례다. 이러한 흐름을 읽지 못할 때 결국 킬러 콘텐츠가 알아서 굴러들어와도 발로 차버리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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