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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동력 전환과 맞춤형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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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포르쉐 박사에게 독일 국민차 KDF(Kraft Durch Frede) 바겐 개발을 요청한 이유는 정치적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국민들의 이동이 자유로울수록 삶이 편안해지고 산업 부강으로 연결돼 그에 따른 정치 지도자의 면모가 부각될 것으로 여겼는데 이면에는 미국에 대한 부러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1930년대 후반 당시 미국은 도시 인구 5명 가운데 2명이 자동차를 소유할 정도로 대중화에 성공했던 반면 독일은 50명당 1대에 불과했고 여전히 도로에는 마차가 오갔다. 헨리 포드라는 걸출한 인물을 보유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히틀러에게는 선망이었던 셈이다. 독일의 자동차 전용도로 아우토반이 만들어진 배경도 결국 '이동(Mobility)'의 대중화에서 출발해 독일 자동차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를 눈여겨 본 나라가 한국이다. 1964년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수도였던 본과 쾰른 사이 아우토반 구간을 여러 번 왕복하며 한국 내 고속도로 건설 의지를 다졌고 결국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만들어졌다. 이어 고속도로 건설을 맡았던 고 정주영 회장은 소득이 늘어날수록 이동 욕구 또한 증가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독자적인 승용차 개발에 착수해 1976년 포니를 세상에 등장시켰다. 개발 계획이 1973년에 시작됐으니 고속도로 개통 3년 만에 나름의 국민차 계획을 세웠던 셈이다.

고속도로와 자동차가 이동의 자유를 부여한 하드웨어라면 '교통'은 이동의 또 다른 차원의 접근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언제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지속돼 왔다. 대표적으로 2004년 도입된 서울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복잡했던 노선이 광역, 간선, 지선, 순환 등으로 정리되며 지하철환승요금 체계가 구축돼 시민들의 이동 요금이 줄었고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은 이동 속도를 높였다. 워낙 혁신적인 변화였던 터여서 중국 베이징시가 서울의 교통 체계를 벤치마킹했고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에 교통카드 제도가 전수되기도 했다.

이처럼 이동은 언제나 국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 때로는 이동 자체가 고정된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하기도 하는 등 산업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 그러니 정치에서도 이동은 언제나 관심 대상이자 우선적 문제 해결이 시도되기 마련이다. 지금은 안정됐지만 한때 가파르게 치솟았던 기름 값도 결국은 이동 비용과 직결된 요소여서 관심 사안이었고 대표적인 이동 수단인 자동차의 공급 문제도 큰 틀에선 '이동의 편리함'이라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현재도 많은 국가가 이동 산업을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가용이든 대중교통이든 이동에 필요한 동력원이 바뀌면서 사회적 변화도 꿈틀되고 있다. 이동 수단의 형태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수송 부문의 에너지가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대체되며 화석연료를 배제하는 대체 사업이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주유소가 전기 충전소로 바뀌고 엔진 대신 모터, 연료탱크 대신 배터리의 탑재는 제조물로서 이동 수단의 성격마저 변화시키는 셈이다. 게다가 배터리는 전력 저장과 동시에 운송 수단이어서 필요한 곳이라면 전선 없이도 어디든 전기를 배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 또한 동력 전환 시대에 이동 수단의 산업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이동 방식은 점차 통합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용자의 특성과 신체적 조건에 따라 세분화되는 요구를 개별적으로 수용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대중(大衆)'에 포함되는 국민 또는 시민의 이동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하나의 이동 수단으로 여러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킬 필요성이 높아지는 탓이다. 결국 동력 전환 시대의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과 이동 방식의 통합이 미래 이동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방법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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