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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스스로 우물에 갇혀버린 택시

전문가 칼럼 권용주 권용주의 모빌리티쿠스

스스로 우물에 갇혀버린 택시

등록 2022.10.31 08:50

스스로 우물에 갇혀버린 택시 기사의 사진

세계 최초의 택시는 1605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구역에 등장했다. 허가제가 아니었던 탓에 마부와 승객의 요금 마찰이 끊이지 않자 영국 정부는 1635년 해크니 마차를 위한 법률(Hackney Carriage Act)을 제정해 '택시'를 합법화했다. 이후 돈을 받고 사람을 이동시켜주는 사업, 일명 택시는 오랜 시간 정부의 관리에 따라 나름의 체계를 잡아 왔다. 정부가 책정한 돈(요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택시 사업자 숫자를 제한하고 운전 자격도 별도로 부여했다. 한 마디로 택시 면허제의 시작이다.

이후 택시는 오랜 시간 서민들의 이동을 책임졌다. 버스와 지하철이 부족할 때, 자가용 보유율이 낮을 때마다 택시는 최적의 운송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해가 지지 않는 사업으로 인식됐다. 당연히 택시를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자 한정된 사업면허는 거래되기 시작했다. 물론 면허를 사고파는 것은 국가도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운행으로 돈 벌고 사업 면허에도 금전 프리미엄이 추가되니 택시는 그야말로 황금 알을 낳는 사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스스로 우물에 갇히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다. 면허에 금전 가치가 붙자 이미 진입한 사람들은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쳤다. 새로운 이동 서비스의 신규 진출을 제한했고 택시 증차도 반대했다. 정치권에서도 투표 숫자를 무시할 수 없어 간접 지원을 확대했다. 반면 국민들은 서비스 개선이 없다며 불만을 쏟아냈고 정부는 간접 지원 제공의 댓가로 요금을 되려 강하게 통제했다. 새로운 도전자의 진입을 막을수록 요금이 인상되지 못한 배경이다.

어려움이 이어지자 고육책으로 등장한 것이 택시 총량제다. 그러나 면허에 포함된 금전 가치의 보상 재원이 없어 흐지부지됐다. 나아가 이용객이 매년 감소하며 가치도 낮아지는 중이지만 그래도 보상될 것이란 기대감을 접지 않는다. 멀쩡한 택시용 승용차를 차고지에 세워두는 일이 빈번해지고 개인 택시도 운행을 포기하지만 면허에 붙어 있는 금전 가치는 최후의 보루여서 결코 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 면허의 가치를 낮추는 심각한 일이 발생했던 게 지난 2019년이다. 이른바 '타다'로 알려진 렌터카 플랫폼 서비스가 주인공이다. 표면적인 갈등은 택시 이용자 감소에 따른 밥그릇 싸움이지만 이면은 면허 가치의 몰락에 대한 우려였기 때문이다. 일부 택시 종사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결국 여객운수법이 개정돼 렌터카 택시의 사업은 축소됐다. 그 결과 코로나 때는 몰랐지만 집합금지 해제 이후 심야 이동량이 복원되자 택시가 부족하다고 난리다.

하지만 이제는 운전자가 없다. 그리고 이용객도 일시적인 증가일 뿐 장기적 현상은 아니어서 굵직한 제도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 통계청 대중교통수송분담율에 따르면 국내 육상운송 부문에서 택시 분담율은 2020년 기준 2.7%에 머문 반면 자가용은 69.5%에 달한다. 철도와 버스도 각각 12.8%와 1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택시는 선택적 운송 수단일 뿐 필수 교통은 아니라는 의미다. 게다가 이동 수요가 많은 야간의 경우 대리운전을 활용한 자가용 이동도 보편화됐다.

결론적으로 택시의 지속 생존은 '면허 가치 vs 요금 통제'로 몰리기 마련이다. 운행으로 충분한 수익을 거두려면 요금 통제에서 벗어나되 면허 가치는 일부 포기해야 한다. 반면 면허 비용 보상을 바란다면 낮은 요금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정부의 요금 인상도 소비자에게는 부담인데 되려 인상 폭이 적다는 게 택시 사업자 이야기다. 요금을 택시 스스로 정하도록 통제권을 달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때 전제는 면허 가치 하락의 수용이다. 새로운 유상운송 서비스의 진입 틈새를 열라는 것이다. 한때 택시는 면허 가치 상승 및 운행 수익 증대의 대표 산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생존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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