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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5대그룹 1000조 투자 플랜, 다시 검토하자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김정훈의 인더스트리

5대그룹 1000조 투자 플랜, 다시 검토하자

등록 2022.11.16 09:05

김정훈

  기자

reporter
새 정부 출범 직후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5대 그룹은 천문학적인 숫자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향후 5년간 중장기 투자에 삼성은 450조원, SK는 247조원, LG는 106조원을 각각 발표했다. 현대차와 롯데, 포스코와 한화를 합치면 자그마치 1000조원 규모였다.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기업들의 투자 계획은 화끈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주요 그룹의 투자 플랜은 역대 정권 들어서 가장 공격적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참 돈이 많다는 말들이 이어졌다. 재계 일각에선 과연 투자 약속이 지켜질 수 있는 숫자인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불과 한 두달 지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리스크가 부각됐다.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경기 침체는 장기화 수순을 밟았다. 뉴욕증시에서 시작된 폭락 공포장은 국내 주식 시장을 강타했다. 연초 대비 대부분 기업들이 40~50% 이상 시가총액이 빠졌다.

올 초만 해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연 5%까지 올릴꺼라 예상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미국은 그동안 네 차례 자이언트 스텝(0.75% 인상)을 밟아 11월 현재 3.75~4%가 됐다. 한국은행도 숨가쁘게 쫓아가 기준금리가 연 3.00%가 됐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 악화는 물론, 가계대출 이자도 1년새 두배 껑충 뛰었다.

지금은 분명 경기 둔화에 따른 사업 리스크가 커지는 시점이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량 감소, 재고 증가 등 경영환경 악화가 꽤 오랫동안 길어질 거란 우려가 커졌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에 경기 하방 압력이 강화됐다. 반도체, TV, 가전, 스마트폰 등 우리나라 대표 산업이 역성장에 노출돼 버렸다. 지난달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낸 내년도 산업전망 보고서를 보면 2차전지, 정유를 뺀 13개 산업의 업황이 올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투자 축소에 나섰다. 장기간 자금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대기업에 확산 중이다. 기업들의 투자 활동은 현 시점에서 부동산 투자 리스크와 맥을 같이 한다. 지금은 그 누구도 빚내서 아파트 투자에 나서지 못한다. 이자 감당이 안될 뿐더러 투자한 아파트값이 내년에 당장 오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5대 그룹이 내놓은 '통큰' 투자 숫자를 들여다보자.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6년까지 450조원 투자를 뜯어보면 올해부터 매년 90조원씩 쏟아붓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SK그룹의 경우 한해 50조원씩 5년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반기 들어 사업 환경은 더욱 악화됐고 내년에도 세계 실물경제는 회복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수백조원 투자 발표를 한 적이 없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군에 필요한 비용만 투입하고 자원의 낭비를 막겠다는 합리적인 경영 철학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요타가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FCV) 등 전동차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돈은 8조엔(약 80조원)이다. 연 평균 8조원 규모다. 미국의 대표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도 단기간에 우리 기업들처럼 막대한 투자비 발표에는 조심스러워 한다.

세계 최대 기업으로 위세를 떨쳤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신화가 무너진 것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기업은 실패한 투자로 현금 흐름이 악화돼선 안되며 경영난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 투자는 필요할 때 진행돼야 한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의무감에 대규모 투자를 내놓는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향후 5년간 지키지 힘겨운 약속이었다면 지금이라도 수정안을 준비해야 한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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