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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량 폐기' 맞닥···'SK바사 코로나 백신'을 바라보는 시각

오피니언 기자수첩

'전량 폐기' 맞닥···'SK바사 코로나 백신'을 바라보는 시각

등록 2022.11.28 16:28

수정 2022.11.28 16:33

유수인

  기자

reporter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품목허가를 받아 세상에 나온 지 이제 막 5개월이다. 실제 투여 시작일을 기점으로 하면 고작 3개월째에 완제품 생산이 잠정 중단됐다. 백신 수요 급감으로 정부의 추가 발주가 이뤄지지 않고, 단가 백신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3·4차 접종도 중단됐기 때문이다. '국산 1호'라는 타이틀로 기대를 모았으나 후발주자의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더군다나 정부의 1000만회분(도즈) 선구매 조치로 지난 9월 61만회분의 초도물량이 도입됐는데 누적 접종자가 3800여명에 불과하고, 남은 물량과 아직 도입되지 않은 나머지 940만도즈까지 폐기 조치 될 운명에 놓이며 백신 주권 확보에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원액 생산은 지속하고 있어 정부의 요청이 있을 시 추가 생산에 돌입할 수 있고, 개량백신으로 개발·공급되거나 수출이 이뤄진다면 전량 폐기 및 생산 중단 상황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개발한 2가백신 접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반전을 꾀하긴 어렵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로 혈세가 낭비됐다고 보기도 한다. 전 국민의 87%가 1·2차 기초접종을 완료한 상황에서 엔데믹 전환에 따른 백신 수요가 급감할 것을 예상해 물량을 도입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탓에 남은 물량을 버리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정부의 선구매 물량에 대한 매출 추정치는 20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재정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국산 백신이라고 불필요하게 공급 계약을 맺어 세금을 낭비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발발 초기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더불어 정부 지원이 있었기에 '국산 1호' 백신이 탄생할 수 있었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한 획이 그어져 의미가 있다고 자부하길 바란다.

애초 우리나라는 백신 개발에 있어 '후진국'에 가까웠다. 현재 우리나라 백신 자급률은 30~40%에 불과하다. HPV, 대상포진 등 프리미엄 백신들의 자급률은 이보다 더 낮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신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통상 5~10년이 걸린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1년여 만에 백신 개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오래 전부터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관련 기술에 대한 기초연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학계, 산업계, 국제기구 등의 협력이 있었기에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금전적 지원도 막대했다. 미국은 코로나19백신 개발 및 공급에 20조원을 지원했고, 영국도 백신 태스크포스에 10조원을 지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산 백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만 형성됐을 뿐이었다. 그나마 백신 개발 기업이자 대기업 자본이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빌&멜린다게이츠재단(BMGF),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 글로벌 기관·기업들의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2년여 만에 '스카이코비원'을 내놓을 수 있었다.

게다가 백신 수요가 없는 상황을 대비한 정부 차원의 선구매 조치는 기업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도 기존의 매출 품목이던 독감 백신 생산도 멈춘 채 실적과 영업이익을 포기한 채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전력을 다할 수 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 초부터 이어진 역대급 실적부진에도 꿋꿋이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집념했다.

다른 작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정부 지원과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찍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포기했다. 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들에게 남은 것은 '재정 먹튀'라는 비난 뿐이다.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아이진, 셀리드 등 후발주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뿐이다.

이는 백신 개발 의욕 저하 및 백신 주권 확보의 지연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향후 또다른 팬데믹에 대한 대응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백신은 연구개발 성공률이 낮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경제성이 낮은 분야다. 게다가 보건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발리스크를 일부 분담하는 성공불융자나 지원·구매와 같은 혁신적 방안이 요구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 발생 시 녹십자가 신속히 백신 생산을 할 수 있던 것도 앞서 2005년부터 산업통상부와 전라남도가 지원하는 백신 생산 기반사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는 '바이오쉴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지원․구매 프로젝트를 다년간 운영 중이다. 민간 기업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의약품을 연구, 임상, 제조,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민간지원 인센티브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30개 프로젝트를 지원했고, 22개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18개 의약품이 전략적 국가 비축 물량에 포함됐다. 예산은 2004~13년 56억 달러, 2014~18년 28억 달러, 2019~29년 71억 달러 집행으로 알려진다.

윤석열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 반년이 지나가지만 정부의 약속은 요원해지고 있다. 1조원 규모 K-바이오 백신펀드의 내년 예산은 올해 500억원보다 400억원이 감액된 100억원으로 편성했다가 최근 500억원으로 증액하는 예산안을 다시 제출했다.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설치도 감감무소식이다. 코로나19는 엔데믹으로 전환됐지만 변이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다음에는 어떤 감염병이 유행할 지 예측할 수 없다.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개발과 이에 필요한 지원 및 관심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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