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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기업 때려잡기 되지 말아야”

[문재인시대, 기업이 답이다]“경제민주화 기업 때려잡기 되지 말아야”

등록 2017.05.11 08:05

한재희

  기자

文, 재벌개혁 내용 담은 경제민주화 공약 내세워반기업 정서에 기반한 ‘기업 때리기’ 될까 우려기업 경쟁력 위해 정책 효과·부작용 꼼꼼히 따져야

재벌개혁을 골자로 하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 때리기’ 정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는 그동안 불공정한 부분이 있었다면 해소해야 한다면서도 기업 경영을 옥죄는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였던 만큼 임기 내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개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불평등한 경제구조와 대기업 지배 구조 개혁을 역설했다. 한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빠른 성장은 이뤘지만 그 이면에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에서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에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과거 정부의 적폐 청산이 재벌 개혁과도 맞닿으며 기업 규제 공약이 또 한번 힘을 얻게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정책공약에서 재벌개혁 의지는 잘 나타난다. 먼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상위 10대 재벌을 중심으로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고, 재벌의 업종확대를 제한한다. 또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을지로위원회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로 지난 2013년 민주당 의원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문 대통령은 이를 정부 조직으로 격상해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정치권력의 기업경영자유 침해에 대해서는 ‘대기업 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정경유착의 빌미를 사전 차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금산분리’ 원칙도 철저히 지킨다는 방침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해도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당하지 않는 현행에서 누구나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 정책도 한층 강화됐다. 복합쇼핑몰에 대형마트와 같은 수준의 영업 규제를 도입하고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를 시행한다. 대기업 이익의 일부를 중소기업과 나누는 협력이익배분제를 제도화하고, 이를 도입하는 기업에 세제 감면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내놨다.

대기업 기존 순환출자는 단계적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단계적 해소는 시장의 저항을 크게 받지 않는 수준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임기 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것으로 소액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새로운 정부 경영계 정책 건의서를 통해 “경제민주화 명분으로 추진 중인 기업지배구조 개편은 경제여건과 효율성에 근거해 주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 논의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 일방적인 규제가 아니라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제민주화의 방향이 기업 때리기가 아니라면 대기업의 순기능을 고려해 선택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경총은 또 “먼저 활기찬 시장경제를 위해 무엇보다 시장경제원칙이 바로서야 한다”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근본적으로 투자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약을 보면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한 거래 등을 해소하기 위한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반기업 정서에 기반한 일부 독소조항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상법 개정안의 경우 경영권 위협은 물론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폐단을 바로 잡는다는 미명 아래 대기업 경쟁력 죽일 수 있다”면서 “4차 산업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이번 대선에서 제시된 경제민주화 공약은 이전 대선에서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공약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과 실제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실장은 “현재 우리나라 시장 구조를 들여다보면 4차 산업 혁명을 이끌어야 하고 고용 창출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의 주체는 대기업일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정책들이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이 더 큰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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