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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중인 ‘19금 미디어’의 폭력성

[기자수첩] ‘커밍아웃’ 중인 ‘19금 미디어’의 폭력성

등록 2014.06.24 08:31

수정 2014.06.24 13:56

김재범

  기자

 ‘커밍아웃’ 중인 ‘19금 미디어’의 폭력성 기사의 사진

이제 14년이나 흘렀다. 2000년 방송인 홍석천이 지상파를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한 ‘커밍아웃’을 했을 때 세상은 깜짝 놀랐다. 일부는 그를 두고 ‘변태’란 입에 담기조차 힘든 낙인을 찍어 비난했다. 그는 지상파에서 퇴출됐다. 다채널 시대에 접어든 현재 그는 가장 ‘잘 팔리는 연예인’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케이블과 지상파 모두에서 그를 볼 수가 있다.

홍석천의 ‘커밍아웃’ 1년 후 한 ‘여성’(?)의 화장품 광고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미인이었지만 남성처럼 커다란 ‘목젓’을 가진 여성이었다. 단어도 생소한 ‘트랜스젠더’ 하리수였다. 그는 홍석천의 퇴출과는 달리 방송에서 일대 환영을 받았다. 거침없는 하리수의 성격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극’을 담당했다. 하리수가 ‘자극’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위해 싸우는 지금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말이다.

14년이 흘렀다. 이제 방송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금기가 아닌 일상이다. 지상파 방송에선 게이의 사랑을 그리고, 한 케이블채널에선 ‘트랜스젠더’의 성전환수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성적 소수자’와 세상을 이어준 채널은 14년 전 홍석천을 세상으로 몰아낸 ‘방송’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달라졌을까. ‘소수자’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은 아직도 ‘소수자’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와는 분명히 ‘틀리고’ ‘다른’ 존재로만 본다. 틀린 것은 분명히 맞다. ‘성적 소수자’들은 그들 자신을 ‘일반’과는 다른 ‘이반’으로 칭한다. 하지만 ‘이반’이란 단어에는 세상이 그들에게 찍은 ‘19금’이란 단어의 족쇄도 있다. 그 족쇄를 만든 것은 그들과 세상을 이어주는 미디어다.

최근 트랜스젠더 모델 최한빛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 방송됐다. 방송 후 인터넷에는 프로그램 내용을 전하는 자극적인 기사들이 넘쳐났다. 일부는 최한빛이 지난 해 한 무대에서 실수로 가슴이 노출된 사진을 ‘의도적’으로 포함해 기사화 시켰다. 당연히 기사 공개 후 댓글에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의 악(?)플이 기억에 남아 맴돌고 있다. “한 쪽에선 다름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 쪽에선 이런 낚시를 유도하는 무검증 매체의 선정성이 진짜 ‘이반’이다.”

클릭을 위해선 ‘소수자’의 아픔을 넘어 ‘세월호’ 사태와 같은 참사조차 ‘선정성’으로 포장하는 인터넷 언론의 광적인 행태가 섬뜩할 따름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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