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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제약기업인 ‘일성신약’

무늬만 제약기업인 ‘일성신약’

등록 2015.06.29 18:36

황재용

  기자

반복적인 의약품 사고 등 제약사 본업 뒷전···투자 통해 수익 올리기에 급급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이사.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이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의사를 표명한 일성신약이 이익을 위해 본업인 제약기업의 업무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의 윤석근 대표이사는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며 합병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다음 달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약기업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를 주로 하는 회사다. 일성신약은 이렇듯 제약기업이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게 본업보다 이익을 얻기 위한 투자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본업이 눈 밖에 나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먼저 최근 어린이 시럽에 타르색소가 첨가된 사실이 알려졌다. 일성신약 ‘메피롤-씨시럽2%’에 타르색소가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 제품은 현재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타르색소는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 문제로 시각적 효과를 위해 사용되지만 단백질과 결합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거나 약효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일성신약의 ‘센시발정25㎎’과 ‘사라조피린EN정’에 대해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약사법 등을 위반해 제조업무정지 1개월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이 제품에 대한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센시발정의 제조업무정지는 제조과정에서 청소를 실시할 경우 타정기 내부, 주변장치, 바닥 등 이전 작업 제품의 잔류 여부를 철저하게 검사하고 작업을 수행해야 하나 이를 준수하지 않음에 따른 것이다. 일성신약은 지난 1월에도 같은 내용을 지적받았으며 이에 제품을 자진회수하기도 했다.

또 사라조피린EN정의 경우는 과거 동일한 불만의 발생 여부를 확인한 후 같은 불만이 발생되면 발생 원인을 관리해야 하나 이를 하지 않아 받은 행정처분이다. 더욱이 지난 4월에는 약국에 배송된 사라조피린EN정에서 파손된 정제가 나와 정부가 원인 규명에 나서기도 했으며 의약계에 따르면 사라조피린EN정의 이런 문제는 반복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제약기업으로 당연히 갖춰야 할 부분이 전무하다.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겠다는 ‘비전2020’을 선포했지만 일성신약의 R&D 비용은 매출의 1.9% 정도인 12억원에 불과하다. 영업과 마케팅 역시 마찬가지로 일성신약은 생산한 의약품의 유통을 99% 이상 유통업체에 맡기는 실정이다.

아울러 자산구성에서도 투자회사에 더 가까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검토보고서를 보면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일성신약의 총 자산규모는 3773억원인데 그중 투자자산이 절반을 넘는 1990억원(54.4%)를 차지했다.

반면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유형자산은 283억원에 불과하다. 대다수 제약기업의 유형자산이 6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약기업이라고 볼 수 없는 수치인 셈이다. 게다가 제약사업의 매출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7%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3%대에 그쳤다.

이에 반해 일성신약은 투자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 우선 이달 들어 일성신약의 주식은 10% 이상 급등했다. 보유 중인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상승했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리바비린’이 대증요법에 사용돼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지난해에도 일성신약은 주식투자를 통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는 주식투자를 통해 462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는데 이는 일성신약의 매출액 317억원을 상회하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10억원)의 46배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제약업계에서도 이런 이유로 일성신약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기본은 국민건강에 관심을 갖고 의약품을 생산·유통해 국민보건에 일조하는 것”이라며 “일성신약의 경우는 제약기업보다는 제약사 간판을 단 투자회사에 어울린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성신약은 이전부터 투자회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다른 제약사와 관심 분야가 차이가 있는 것은 물론 제약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

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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