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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원료값 오르는데"···'감기약 긴급생산'에 제약사 곡소리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원료값 오르는데"···'감기약 긴급생산'에 제약사 곡소리

등록 2022.12.15 16:26

수정 2022.12.15 16:48

유수인

  기자

70~80%는 수입 의존, 코로나 후 가격 2~3배 '껑충' 전략물자 된 '원료의약품', 자급률 개선 시급높은 인건비 국산화 어려워···"약가‧R&D‧세제지원 필요"

"원료값 오르는데"···'감기약 긴급생산'에 제약사 곡소리 기사의 사진

정부가 국내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감기약 긴급생산을 명령한 가운데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로 인한 원료 수급난과 달러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공고문을 통해 해열진통제로 많이 쓰이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고형제(650㎎)를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하고 18개 제약사에 긴급 생산·수입 명령을 내렸다.

해당 품목은 한국얀센의 타이레놀 8시간 이알서방정, 종근당의 펜잘이알서방정, 부광약품의 타세놀 8시간 이알서방정, 한미약품의 써스펜 8시간 이알서방정 등 18개이다. 적용 기간은 내년 4월 30일까지이나 감염병 유행 상황을 고려해 기간은 변경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에서 리오프닝으로 인해 감기약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며 원료의약품 수급 상황이 우려되고 있고, 강달러 현상으로 원료 등 원부자재 가격도 급격히 올라 제약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율은 약 70~80%정도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중국, 인도산 원료 수입 비중이 높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20억155만4000달러)에서 중국 수입(6억8014만8000달러) 비중은 30%가 넘는다.

자급률이 낮고 해외 의존도가 높으면 위기 상황에서 대처할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중국에서 감기약 수급난 심화로 수출 봉쇄 등 조치를 취하거나 원료 생산 기업이 공급가를 급격히 올리면 국내 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초반인 2020년 초순 인도와 중국이 몇몇 원료의약품목의 수출금지 조치를 취함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 유럽 등에서도 원료의약품 공급망 강화 조치에 나선 바 있다.

이성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발 사태 초기 당시 인도와 중국이 공장 폐쇄 및 수출금지 조치를 내려 원료의약품 가격이 급등했다"며 "특정 원료의약품목은 팬데믹 시기 이전 대비 가격이 일시적으로 두 세 배 이상 오르기도 했고, 중국산 원료의약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팬데믹 시작 전보다 20~30% 가량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호흡기 질환 관련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A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 4~5월 대유행 때 호흡기 관련 품목을 중점적으로 생산했었다. 원료 수입이 원활했다면 생산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뿐만 아니라 감기약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약사들도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달러 강세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B 제약사 관계자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중국, 인도 등에서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는데, 달러가 인상되며 마진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게다가 3~6개월 정도 물량을 비축해야 해서 한꺼번에 계약을 하는데, 인상된 환율 기준으로 원료를 구매하기 때문에 앞으로 생산될 감기약들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량이 부족해서 약국에서도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처방을 못하고 있다. 당분간은 감기약이 남아돌아서 제약사가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환율이 워낙 높아져서 단가가 올라가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업계는 의약품 대란이 감기약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원료 국산화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연대가 깨지고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의약품이 전략물자가 됐다. 이전처럼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분업하는 패턴대로 갈 경우 백신 사태처럼 수급이 힘들어지면서 위험해질 수 있다"며 "현재 국내 원료 자급률은 20~30%에 불과하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비싼 국산 원료 대신 중국, 인도산을 쓰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인건비가 중국의 3배다. 인건비는 곧 원가가 된다. 가격경쟁에서 게임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금전적 지원을 포함한 근본적이고 과감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산 자급화에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는 약가 우대와 연구개발(R&D) 지원, 세제혜택 등이 꼽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산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가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품질 부문에서 중국, 인도산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혁신적인 행위를 했을 때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세제지원도 수반된다면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원료 국산화'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자 자급화를 절감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가 의약품이 없어서 고충을 겪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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