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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안' 가결···EU 합병 승인 기대감 커졌다

산업 항공·해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안' 가결···EU 합병 승인 기대감 커졌다

등록 2023.11.02 14:58

수정 2023.11.02 15:10

박경보

  기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진통 끝에 화물사업 매각 결정"독자생존 불가능" 공감대 형성한 듯···합병 급물살EU 승인해도 美·日 남아···'경쟁력 약화' 우려도 여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안' 가결···EU 합병 승인 기대감 커졌다 기사의 사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에 한 발짝 다가섰다.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부 매각을 결정하면서 EU(유럽연합)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 일본 등 남은 국가들의 승인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해 내년까지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부 매각 안건을 결의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화물사업 매각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 내지 못하고 정회했다. 당초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노동조합 반발과 배임 소지 등을 우려해 일부 사외이사가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흘 만에 속개된 이사회에서는 5명의 이사(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가운데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화물사업 매각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이날 EU 집행위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는 사내이사인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비롯해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 선임연구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4인이 참석했다.

당초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의 의견은 다소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사내이사인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매각'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었다.

이사진들은 화물사업 매각으로 "일단 생존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EU의 심사를 넘지 못해 대한항공과의 통합이 무산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매각은 EU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유일한 길이었다. 대한항공은 경쟁환경 복원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시정조치 방안을 제안했지만 EU 집행위에서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대한항공도 이사회를 열고 기업결합 관련 사항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무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주체에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비중은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액(3조5886억원)의 21.7%(7795억원) 수준이다. 국내 여객과 국제여객의 매출 비중은 각각 9.3%(3328억원), 60.5%(2조1703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19.3%였던 화물 비중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20년 56.1%, 2021년 72.5%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재무구조 악화로 수혈 시급···산업은행 압박도 세져
아시아나항공이 매출 비중이 큰 화물사업을 포기한 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규모는 13조6956억원(연결 기준)이지만 이 가운데 부채는 13조732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이 2097.54%에 이르는 상황에서 외부 수혈 없이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의 입장도 이사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을)살리기로 의결한다면 또 국민의 혈세나 공적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합병이 그런 관점에서도 꼭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며 이사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최종 시정조치 제출 이후 이른 시일 내에 승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남아 있는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승인이 남은 기업결합심사 과정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사 간 자금 지원 합의 체결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 어려움도 다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승계와 유지 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대상 직원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고 원활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안' 가결···EU 합병 승인 기대감 커졌다 기사의 사진

아직 갈 길 먼 기업결합···내년까진 진통 지속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화물사업 매각은 물론 주요 여객 노선 운수권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넘겨야 해서다. EU 집행위는 지난 5월 "두 항공사의 합병은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 내용의 중간심사보고서(SO)를 발송한 바 있다.

EU 경쟁 당국은 한국∼유럽 4개 여객노선(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과 한국∼유럽 전체 화물 노선의 독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시정조치 안에 4개 여객 노선 운수권을 티웨이항공에 넘기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분리매각 하는 방안을 시정조치안에 담았다.

EU가 합병을 승인한다고 해도 미국과 일본의 심사가 남아있다. 미국엔 대한항공의 우군인 델타항공이 있지만, 다른 항공사들이 경쟁제한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2021년 초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14개국 경쟁 당국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현재 EU와 미국, 일본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인수 주체도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일각에선 SK, CJ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인수 의향을 밝힌 사업자는 없는 상황이다. 고유가와 화물 운임 하락, 수요 피크아웃 등으로 수익성이 약화된 것도 매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EU의 심사 결과는 당초 예정보다 늦어진 내년 1월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일본 경쟁 당국과의 시정조치안 협의를 마치는 대로 정식신고서 제출 후 내년 초 심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미국 경쟁당국(DOJ)과도 시정조치 방안 협의를 통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반쪽짜리 합병이라는 우려와 비판도 해소해야 한다. 일각에선 운수권 반납과 화물사업 매각 등으로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3월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합병 승인 조건으로 런던 히스로공항의 7개 슬롯을 자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겼다. EU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내려면 추가적인 슬롯 및 노선 반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안' 가결···EU 합병 승인 기대감 커졌다 기사의 사진

일각에선 "국익 훼손 우려 과도" 시각도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아시아나항공은 대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중국의 승인을 위해 49개에 이르는 슬롯을 반납했다"며 "국익을 해치고 고용불안을 일으키는 무리한 합병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합병을 둘러싼 이 같은 우려는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300%를 밑돌고, 화물 부문을 매각하면 재무 부담은 오히려 감소해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장거리 노선의 축소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을 감안해도 여전히 대한항공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며 "EU와 미국이 예상보다 독과점을 더 우려하는 건 대한항공의 글로벌 위상이 팬데믹 전후로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 경쟁 당국의 고민은 슬롯을 양보해도 단기간 내에 대한항공의 지위나 통합 시너지를 위협할 항공사가 제한적이라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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