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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기차 안 팔린다더니···테슬라 모델Y '5934'대의 의미

산업 자동차

전기차 안 팔린다더니···테슬라 모델Y '5934'대의 의미

등록 2024.04.08 14:33

박경보

  기자

현대차 전기차 7종 합친 판매량과 비슷해브랜드력·혁신성으로 '캐즘' 극복했다 평가전문가 "위기이자 기회"···전동화 전환 속도

전기차 안 팔린다더니···테슬라 모델Y '5934'대의 의미 기사의 사진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Y가 무려 6000대 가까이 판매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BYD도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의 전동화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브랜드력, 상품성이 뒷받침된다면 '전기차 캐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Y는 지난 3월 5934대나 판매돼 BMW 5시리즈를 제치고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다. 테슬라는 모델Y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수입차 판매 2위(6025대)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BMW와 시장을 양분해온 메르세데스-벤츠는 4197대에 그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연초 국고보조금이 확정된 이후 국내 전기차 수요가 테슬라에 집중된 모습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간판모델인 아이오닉5는 모델Y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판매량(1857대)은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춘 KGM 토레스 EVX(1443대)와 기아 레이 EV(1520대)가 각각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EV6와 아이오닉6가 각각 1520대, 1275대를 기록했다. 특히 판매 톱5를 제외한 전기차 모델들은 모두 1000대를 밑돌았고, 기아 EV9은 183대에 그치며 부진을 이어갔다.

전기차만 팔았는데 수입차 시장 2위···가격 할인 통했다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가 국내 수입차 시장 2위에 오른 점은 의미가 깊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면서 미국‧유럽 등 각국의 환경규제가 완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를 새로운 제품이 주류시장으로 진입하기까지 전까지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캐즘(chasm)' 현상으로 해석해 왔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차의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6118대로, 전년 동월 대비 24.4%나 감소했다. 핵심차종인 아이오닉5는 9.2% 증가했지만 제네시스 G80(-89.8%), GV60(-67.5%) GV70(-67.5%) 등 고급 모델들의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전체 판매량도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현대차의 전기차 7개 차종(포터 포함)의 합산 판매량은 모델Y보다 불과 184대 많은 수준이다.

테슬라 모델Y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로는 '가격'이 첫 손에 꼽힌다. 테슬라 모델Y (RWD)는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모델이다. 올해 모델Y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은 전년 대비 60% 넘게 줄어든 195만원에 불과하지만, 기본가격(5499만원)을 200만원 인하하면서 보조금 축소가 일부 상쇄됐다.

또한 전기차 선도업체로서의 브랜드력과 상품성도 수요 확대를 뒷받침한 것으로 추측된다. 오토파일럿 등 편의기능과 편리한 충전 인프라(테슬라 수퍼차저)를 고려해 모델Y를 선택한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현대차의 고속도로주행보조(HDA)와 비슷하게 차로유지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지원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 고속도로 자동 진출입, 자동주차, 스마트 차량호출까지 지원된다. 또한 테슬라 수퍼차저는 차량에 충전 단자만 꽂으면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고, 15분만 충전해도 최대 320km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Y는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약 121만대나 판매되며 토요타 코롤라(109만대)를 누르고 판매 1위에 올랐다. 이는 전기차 중심의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제공

전문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혁신' 보여줘야"



일각에선 전기차 시장이 테슬라와 중국 BYD의 양강체제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은 테슬라가, 저가 시장은 BYD가 주도권을 쥐면 현대차‧기아의 설 자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을 넘어 유럽 등 글로벌 판매를 늘리고 있는 BYD는 연내 한국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 통화에서 "전기차 시장은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해지고 있는데, 테슬라와 중국 브랜드들이 LFP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저렴하게 생산하면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품질과 성능을 높게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춰야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조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또 이항구 자동차융합연구원 원장은 "테슬라는 국내에서 브랜드력이 높고 디지털화가 잘 돼 있으면서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브랜드"라며 "테슬라의 판매량을 보더라도 전기차의 성장 둔화를 시장에서 성급하게 얘기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10년간 자동차 시장의 연간 평균 성장률은 3%대 수준이었고, 그간 전기차가 매우 빨리 성장한 것"이라며 "보조금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가격이 떨어지면 전기차 시장은 주류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고, 지금은 현대차‧기아가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낼 적기"라고 조언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테슬라처럼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의 전기차는 '자동차'로서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신기술을 접하는 소비자들의 만족감이 크다"라며 "다소 불합리적이라고 하더라도 개발단계에서부터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기존에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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