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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위트' 있는 유통업계 좋지만

오피니언 기자수첩

'위트' 있는 유통업계 좋지만

등록 2023.05.26 14:30

김민지

  기자

reporter
유통·식품업계와 관련한 기사를 쓰면서 느낀 점은 그 어느 곳보다도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덕분에 유행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고 이에 부합하는 상품을 내는 것도 남다르다. 거꾸로 업체들이 유행을 주도하기도 한다.

눈에 띄는 제품도, 협업도 많다. CU가 세븐브로이·대한제분과 협업했던 곰표 맥주(현 대표 맥주)나, 연대빵·고대빵 등은 출시 직후부터 인기를 끌었다. 더현대서울의 뉴진스·슬램덩크·데못죽(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팝업스토어 등은 소비자들이 하루 전부터 '오픈런'을 위해 길게 줄을 늘어 설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트렌드를 훑어보다가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괜찮은 건가?'. 선을 넘을 듯 말 듯 한 제품명과 정말 해도 되나 싶은 협업이 여럿 보였기 때문이다. 이마트24가 왓챠와 함께 내놓은 '빡치주·개빡치주'와 유튜버 '다나카'와 협업한 롯데면세점, 푸르밀, 현대백화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마트24는 왓챠와 손잡고 웹드라마 '좋좋소'를 통해 탄생한 빡치주·개빡치주 2종을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로 좋좋소의 주인공 조충범의 대사를 통해 탄생했다. 직장인의 빡침을 위로하는 술, 빡칠 때 찾는 술이라는 상품명을 내세웠다.

빡치주·개빡치주는 이미 지난해 주류 전문 앱 데일리샷에서 출시된 술로 이마트24가 직접 기획한 제품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출시 당시에는 좋좋소의 팬층과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 차례 화제였던 모양이다.

이를 이마트24가 판매하게 되면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됐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저속하다" 혹은 "재미있다"로 갈리고 있다. 상품명에서조차 비속어를 봐야 하느냐는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광장으로 나오는 순간 어느새 재미는 사라지고 어쩐지 불편해진다.

빡치주·개빡치주보다 더 의아했던 것이 다나카였는데, 이 캐릭터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주류로 나왔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던 탓이다.

롯데면세점은 일본 긴자 시내점 홍보를 위해 다나카와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했다. 다나카가 긴자 롯데면세점에 방문해 롯데면세점 직원들과 다양한 브랜드, 매장,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에서 다나카와 협업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고 푸르밀은 신제품 모델로 다나카를 발탁했다.

기자도 어렸을 적 개그콘서트의 갸루상이나 블랑카를 보면서 웃었던 세대다. 하지만 자라면서 시대가 변하면서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면서 '타국 문화를 희화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웠고 이것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았던가.

갸루상과 블랑카가 인기를 끌었던 그 시절에도 폄훼 개그, 비하 개그가 아니냐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다나카는 심지어 유흥업소 접대부 캐릭터라는 설정이고 '지명'이라는 유흥업소의 문화를 '밈(meme)' 화한다.

눈에 띄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 흥미를 유발하거나 화제성을 끌어모으기 위한 기업들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일종의 밈을 굳이 기업이 가세해서 끌고 나와야 하는지 의문이다. 적절한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미뤄버리거나 유보하고서는 말이다.

재치 있으면서 품위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재밌으려면 품위를 버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기업이 아무리 이윤을 좇는 곳이라 하더라도 윤리적 책임이라는 게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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