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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발급 중단’이 조선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동걸 산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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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산업은행 제공

“앞으로 원가율 90% 이상인 수주 건의 선수금 환급 보증(RG) 발급 중단을 심각하게 검토하겠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 불발된 만큼 조선업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돌발 발언이 어김없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저가 수주 관행을 막아야 조선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였는데, 영업 현장에서 가장 절실해하는 RG로 업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라 뒷맛이 씁쓸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7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 매각 무산 이후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던 중 RG를 들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이동걸 회장은 “RG발급은 시중은행이 자발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할당해서 하는 것”이라며 “사실 수익성이 크지 않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과거엔 원가율이 100%를 초과하는 건에도 RG를 발급해줬지만, 원가율이 90% 이상 넘어가면 적자나기 십상”이라면서 “이제 수익성이 안 되는 건에 대한 RG발급은 산업은행부터 중단하는 게 통제 수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가도 되지 않는 배를 파는 것은 외국 선주와 소비자를 도와주는 국부 유출”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는 EU의 기업결합 반대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통합이 불발된 데 따른 발언이다. 이 회장은 국내 조선업계를 ‘빅3’에서 ‘빅2’로 재편하는 데 실패했으니, 3사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그 시작은 저가 수주를 근절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를 돕자면 RG는 선주가 지불한 선수금을 금융기관이 대신 돌려주겠다고 보증하는 제도다. 조선소가 선박을 기한 내에 만들지 못하거나 중도 파산할 위험에 대비해 마련됐다.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 등이 발행에 동참하며, 보통 이들이 RG를 발급해줘야만 계약이 성사된다.

이를 접한 외부의 반응은 당연히 냉랭하다. 수출기업에 없어선 안될 RG를 걸고 넘어진 데다, 마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불발의 원인을 저가수주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비춰져서다.

잘 알려진 것처럼 EU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통합 시 60%를 웃도는 이들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점유율 때문이었다. 양사의 통합으로 독과점이 발생하면 LNG선 가격이 오르고 유럽 내 에너지 공급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이동걸 회장의 발언에 옮기면 대우조선이 무리한 저가 수주로 점유율을 늘린 게 양사의 합병에 ‘독’이 됐다는 얘기가 된다.

산업은행으로부터 RG를 발급받는 조선소가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케이조선(옛 STX조선) 정도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 해석이 비약은 아닌 듯 하다.

물론 이 회장의 발언은 옳다. 저가 수주가 지금껏 국내 조선업계의 부실을 불러온 고질적 문제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100% 동의하긴 어렵다. RG 발급을 멈추는 게 조선업 발전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 그간 마지못해 동참했다는 은행권이 얼마나 협조적이었는지 의구심이 생겨서다. 더군다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불발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대외적으로 사과와 유감의 뜻을 표시하는 자리에서 꼭 꺼내야 했던 화두였나 싶기도 하다.

돌아보면 조선업 불황에 은행권의 RG 발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때도 분명 있었다. 조선소가 도산하면 막대한 선수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우려에 은행이 이를 기피하면서다. 대형·중견조선소는 그나마 주채권은행의 도움을 받았지만 중소형사는 사실상 시중은행의 지원이 끊겨 경영난에 시달렸다.

RG 발급 난항에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의 하부구조물을 수주하지 못할 뻔 했다며 대통령 앞에서 읍소했던 모 회사 대표의 사연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때때로 금융권은 숫자에 연연해 우리 기업을 외면했고 성장도 가로막았다. 금융의 논리로 보면 당연한 일이 산업계 입장에서 늘 정답은 아니었다. 산업은행이 조선업의 생존이 걸린 RG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자격은 없다. 1999년부터 대우조선을 책임지면서 23년간 조선업과 동고동락한 산업은행도, 임기 5년차를 맞은 이 회장도 이젠 그 이상의 의미를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속사정을 시원하게 드러낼 수 없는 산업은행의 입장은 이해한다. 어디까지나 이번 사태는 EU의 이기적인 판단에서 비롯됐고, 결정문도 아직 공개되지 않아 정보 공유에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핑계는 곤란하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아니다. 대우조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플랜B’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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