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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부가 NXC 지분 털려면 욕심 버려야

오피니언 기자수첩

정부가 NXC 지분 털려면 욕심 버려야

등록 2023.12.28 14:23

강준혁

  기자

reporter
정부가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을 인수할 적임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해당 지분은 29.29%로 인수만 한다면 단숨에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지주 회사 2대 주주로 올라서지만, 경영권과는 무관해 인기가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1차 입찰 당시 입찰자가 한 명도 없어 유찰됐다. 이어서 지난 25일, 26일 2차 입찰도 마감된 상황이다. 결과는 29일 발표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 역시 유찰될 것으로 전망한다.

매각이 더디게 진행되는 원인은 높은 가격 때문이다. 공개 매각 예정 가격은 4조7148억원(1주당 553만4125원)으로 국세물납 주식 규모 역대 최대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번 공매로 나온 지분은 지난해 2월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NXC 이사의 사망 이후 유가족이 지난 5월 상속세로 정부에 물납한 주식이다. 상속재산이 10조원대에 이르면서 유족들은 약 6조원의 상속세 부담을 안게 됐고, 이 중 대부분을 주식으로 납부했다.

고율의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해 대형 매물을 안게 된 정부는 이를 판매하기 위해 시름이 깊어 가는 상황이다. 정부는 통매각을 우선순위로 고려 중이다. 쪼개서 판매할 경우 지분 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5조에 이르는 대형 매물의 새로운 주인을 빠르게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70%에 이르러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어서다. 김 이사의 부인 유정현 NXC 감사는 34.0%, 두 딸이 각각 17.49%씩을 보유 중이다. 즉, 2대 주주에 올라서도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없다.

NXC는 비상장사이기에 의결권도 없다. 국내와 일본에 이미 손자회사 넥슨코리아와 자회사 넥슨 재팬이 각각 상장해 있어, NXC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 역시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보군으로는 크래프톤 등 소수 국내 기업과 중국 텐센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은 적다고 바라본다. 대내외 경기가 불안한 터라 기업들이 투자에 공격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결국 자금 동원력이 풍부한 해외로 넘어갈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텐센트의 경우 꾸준히 국내 게임사에 투자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텐센트 산하 금융사 에이스빌은 최근 위메이드가 매각한 시프트업 보유 지분 4.3%(208만6080주)를 매입했다. 시프트업은 '승리의 여신: 니케' 개발사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텐센트는 또 넥슨의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퍼블리싱을 맡고 있기도 하다. 2019년 김 이사가 넥슨 매각을 시도했던 당시 이를 노렸을 만큼 넥슨은 이들이 탐내는 게임사다.

지난 6월 PIF는 도쿄 증시 상장사인 넥슨 일본 법인의 보유 지분을 9.22%에서 10.23%로 확대했다. PIF 역시 국내 게임사에 관심이 크다. PIF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9.3%(203만2411주)를 보유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보유 지분 11.9%(262만8000주)에 이은 2대 주주다.

아직까지 텐센트나 PIF 측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기업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전무한 상황에 가격도 비싸니 입찰 기간 '눈치 게임'을 이어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2차 입찰도 유찰되면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되는 3차 입찰부터는 매각가를 회차마다 10%씩 할인해 매각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수의계약 전환 후에도 매각가를 깎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기업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없는 매물에 거액을 투자할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전체적인 가격을 하향 조정하든, 분할 매각을 하든지 결론은 가격 할인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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