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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현대차·기아, 택시전용 전기차 만들 때 됐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현대차·기아, 택시전용 전기차 만들 때 됐다

등록 2024.04.11 14:10

박경보

  기자

reporter
현대자동차는 최근 휠베이스를 늘린 쏘나타 택시를 출시했습니다. 현대차는 수익성을 이유로 쏘나타 택시의 생산을 중단했었지만, 국내 택시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형 쏘나타를 택시로 들여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중형급 승용차의 평균 판매 가격이 4000만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2500만원 미만의 중형택시가 판매되는 점은 분명 환영할 일입니다. 특히 쏘나타 택시는 저렴한 가격에도 차로유지보조(LFA), 차로이탈방지보조(LKA)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기본 탑재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합니다. 기존 택시 표시등과 차별화된 새로운 디자인의 '스마트 택시 표시등'도 적용되는 등 상품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다만 전동화 전환기를 맞아 쏘나타를 확실히 대체할 수 있는 택시 전용 전기차가 출시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2.0ℓ LPG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쏘나타 택시로는 무공해차 기반의 저탄소 정책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택시로 쓰이는 LPG 쏘나타는 '택시'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어려웠습니다, 승객이 탑승한 2열 레그룸은 넓은 편이지만 LPG 탱크가 들어간 트렁크에는 여행용 캐리어 하나 싣기도 버거웠으니까요. 이 때문에 트렁크 도어를 열고 주행하거나 승객이 짐을 끌어안고 타는 일이 비일비재했었죠.

또한 쏘나타는 그랜저와 싼타페가 득세하기 전까지 수십 년간 '국민차'로 여겨져 왔는데요. 하지만 택시 등 영업용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승용 모델 고객들의 불만이 상당했었습니다. 영업용으로 쓰이는 흔한 자동차이다보니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를 의식해 신형 쏘나타와 K5의 택시 모델을 생산하지 않고 한동안 구형 모델 기반의 택시만 생산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니로EV, 코나EV 등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모델들이 택시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 차종의 택시 판매 비중이 높아지곤 있지만 승객들의 만족도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전기차 택시 기사들은 기존 LPG 차를 운행하던 습관대로 엑셀레이터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기차는 LPG 차 대비 토크가 훨씬 높기 때문에 가속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속할 때도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시스템 때문에 급감속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기사가 운행하는 택시에 탄다면 멀미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특히 아이오닉6는 LPG 쏘나타를 대체할 수 있는 중형 전기 세단이지만 영업용으로 쓰기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아이오닉6의 공력계수는 0.21로, 전 세계 모든 전기차 가운데 최상위권입니다. 공력 성능이 매우 우수해 효율이 높지만 2열 헤드룸이 협소한 편이죠.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붕을 날렵하게 깎아내면서 2열이 상대적으로 불편해진 겁니다. 패밀리카 용도라면 문제없겠지만 매일 수십 명의 승객을 태우는 영업용 택시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현대차‧기아가 국내 택시업계를 위한 택시 전용 전기차 모델을 내놨으면 좋겠습니다. 초기형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개념인 니로EV 플러스가 있긴 하지만, 소형 SUV라 실내 거주성에 한계가 있고 기존 모델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 판매량도 많지 않은 편이고요.

아이오닉5급의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면서 동력성능보다 효율에 집중한 전기차 택시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조만간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이 생산하게 될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도 최대한 낮췄으면 좋겠습니다. 애초부터 큰 힘을 쓰지 않도록 설계한다면 택시 기사와 승객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겁니다. LFP 배터리를 탑재하더라도 400km대의 최대 주행거리만 확보하면 하루 종일 운행해도 번거롭게 여러 번 충전할 일도 없을 듯합니다.

택시 전용 전기차가 나오면 일반 승용 모델 고객들의 만족감도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택시 모델이 1~2차종으로 굳어지면 전반적인 도시 미관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블랙캡'이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명물이 된 것처럼, 서울에서도 한국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택시 전용 전기차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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