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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무료배달' 달콤하지만은 않은 이유

유통·바이오 유통일반 NW리포트

'무료배달' 달콤하지만은 않은 이유

등록 2024.04.11 15:31

김제영

  기자

쿠팡이츠 '배달비 0원' 정책에 배민·요기요 '맞불'자체 배달 가입한 '무료배달' 가게, 절반 이하 그쳐높아지는 앱 의존도···배달 물가 인상 자극 우려도

'무료배달' 달콤하지만은 않은 이유 기사의 사진

배달업계가 '배달비 0원'을 내세운 할인 전쟁에 나선다. 쿠팡이츠가 지난달 '무료배달'을 시작하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참전하면서 출혈 경쟁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이는 엔데믹 전환 이후 높아진 물가 부담에 위축된 배달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무료배달 경쟁 속에서 자영업자의 배달 앱 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지면 향후 배달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달업체가 자영업자의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소비자의 음식 값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료배달' 쏘아올린 쿠팡이츠···배민·요기요 합류

쿠팡이츠 '무제한 무료배달' 시작. 자료=쿠팡이츠 제공쿠팡이츠 '무제한 무료배달' 시작. 자료=쿠팡이츠 제공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달 26일부터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팡이츠의 무료배달은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대상으로 묶음배달 시 적용된다. 오는 5월까지 기존 10% 할인과 무료배달 중 선택 가능하고, 가게에 따라 동시 적용되기도 한다.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하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도 배달비 혜택을 강화했다. 배민은 이달부터 알뜰배달 무료와 한집·알뜰배달 10% 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별도의 요금제 가입이 필요 없고 쿠팡이츠보다 혜택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 강점이다.

요기요는 지난 5일부터 한 달간 최소 주문금액(1만5000원) 충족 시 한집·묶음배달 모두 무료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요기요는 지난달 배달비 무료 멤버십인 '요기패스X' 가격을 인하했는데, 배민이 무료배달을 시작하자 더욱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놓은 모양새다.

단 앱별로 무료배달 서비스 지역과 유형이 다르다. 배민은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만, 쿠팡이츠의 경우 서울 수도권과 6대 광역시 등 주요 지역에서만 묶음배달 시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요기요는 전국에서 배달 유형과 상관없이 배달비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요기요가 가장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은 건 배달업계의 판도가 변했기 때문이다. 요기요는 지난달 쿠팡이츠에 업계 2위 자리를 내어줬다. 이는 쿠팡이츠가 지난해 와우 회원 대상 10% 할인을 제공하면서 이용자 수가 급증한 영향이다. 이에 요기요도 혜택을 대폭 강화하고 쿠팡이츠 추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달콤한 '무료배달', 이면의 진실은

배달의민족, 10%할인에 무료배달 혜택 내놓는다. 자료=배달의민족 제공배달의민족, 10%할인에 무료배달 혜택 내놓는다. 자료=배달의민족 제공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배달업계의 출혈 경쟁이 궁극적으로 배달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달비 무료 정책은 배달앱의 자체 배달 서비스에 가입한 가게에만 적용되는데, 자체 배달 수수료가 인상될 경우 그 부담이 음식 값이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달앱의 서비스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배달앱이 자영업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주문만 중개하고, 배달은 가게가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거나 직접 하는 등의 '가게 배달(정액제)'과 배달앱이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수행하는 '자체 배달(정률제)'이다. 배민과 요기요는 두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쿠팡이츠는 자체 배달 서비스만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배민의 경우 가게 배달 자영업자 비중이 전체의 약 70%에 달한다. 여기에 배민의 자체 배달 서비스 중 '한집배달'만 가입한 매장도 무료배달에서 제외된다. 사실상 배달비가 무료인 가게가 30%도 안 되는 셈이다. 요기요의 가게 배달 가입자 역시 50%가 넘는다.

쿠팡이츠는 자체 배달로만 운영하고 있지만, 무료배달 정책은 '스마트요금제' 가입자만 적용받을 수 있다. 스마트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쿠팡이츠가 해당 서비스를 지난 2월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는 절반 이하일 걸로 추정된다.

이를 종합하면 실제 무료배달이 적용되는 가게는 절반이 안 된다. 바꿔 말하면 배달앱 자체 배달 서비스에 가입한 소수의 자영업자만이 무료배달로 경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자영업자는 자체 배달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체 배달' 키우는 배달업체, 물가 인상 부추길까

요기요가 전국민 배달비 0원 정책을 시작했다. 자료=요기요 공요기요가 전국민 배달비 0원 정책을 시작했다. 자료=요기요 공

궁극적으로 무료배달은 배달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나아가 자영업자의 자체 배달 서비스 가입을 유도한다. 배달업체 입장에선 주문 금액에 대한 수수료 비율에 따라 금액을 받는 자체 배달의 수익이 더 높다. 반면 자영업자 입장에선 판만큼 비용이 커지게 된다.

무료배달이 시작된 이상 가게 배달을 하던 자영업자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앱에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가 수익 보전을 위해 음식 값을 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배달앱의 자체 배달이 커지면 배달대행업체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달대행업체는 자영업자와 라이더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가게 배달 자영업자가 배달 수행을 위해 계약하는 업체다. 자영업자가 배달대행업체와의 계약을 줄이면 중소 규모의 업체는 살아남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의 배달앱 의존도는 높아지고, 배달업체의 시장 장악력은 커지게 된다. 배달업계는 현재와 같은 무료배달 출혈 경쟁을 무기한 벌이기 어려운 만큼 향후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수익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역시 음식 가격 인상을 자극한다. 결국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로 돌아오는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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